ㄴ엄마의 교육이야기

사춘기 자녀와 대화 어떻게 할까요?

천천히 엄마 2026. 2. 27. 18:33

여러분은 사춘기 자녀와의 소통! 어떤가요?
대부분의 부모들이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의 대화가 어렵다고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단어 하나만 바꿔도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중2 딸아이를 키우면서 "왜 그래?"라는 질문 대신 "힘들었구나"라는 공감 표현을 쓰기 시작한 뒤,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사춘기 자녀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정교한 심리 기술이 아니라 부모가 사용하는 공감되는 단어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핵심 감정을 읽어주는 첫 번째 단어, "힘들구나"

부모 자녀 관계 전문가들은 감정 코칭(Emotion Coaching)이라는 개념을 강조합니다.
(감정 코칭이란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면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양육 방식.([출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https://www.kyci.or.kr)).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억울했구나", "당황스러웠구나" 같은 핵심 감정 단어가 입에서 쉽게 안 나옵니다. 평소에 이런 표현을 쓸 일이 없으니까요. 제 딸아이가 표정이 안 좋은 날에는 저도 처음엔 "왜 그래?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지금 당장의 행동에 대해 묻는 게 아니라, 그동안 쌓인 감정을 터트리고 있다는 걸요. 부모는 현재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데 아이는 과거부터 누적된 스트레스를 표출하니 대화가 엇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힘들었구나"라는 단어 하나면 충분합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모르더라도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서 포착한 감정 신호에 공감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힘들었구나. 엄마는 네 편이야"라는 말을 덧붙이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 알아줬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실제로 청소년 상담 현장에서도 이 공감 언어가 상담의 첫 단계로 활용됩니다([출처: 맑은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https://www.calmsea.co.kr)).

문제 행동 뒤에 숨은 진짜 이유, "이유가있어"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는 반드시 선행 사건(Antecedent)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선행 사건이란 특정 행동이 일어나기 직전에 발생한 상황이나 자극을 뜻하며, 행동 분석 전문가들이 문제 행동의 원인을 파악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요소입니다.

제 딸아이가 최근 겨울에 서울 가는데 점퍼 없이 얇은 봄옷을 입고 나가기에
"서울 날씨는 추운데 왜 점퍼를 안 입어?"라고 물었습니다. 
"안에 내복을 입어서 괜찮아" 라고 대답하는 아이를 보며 답답한 마음 뿐이였지요. 서울은 남쪽지방과 온도가 다르다~ 아침에는 많이 춥다, 점퍼 안가져가면 후회할꺼다 라는 등 아이에게 쓴소리를 했습니다. 
점퍼를 안가져 가는 이유를 물었더니 서울 기온이 높다고 했다. 마음에 드는 점퍼가 없었다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단순히 반항이 아니라 본인의 기준이 있었던 겁니다. 이 대화가 없었다면 저는 아이를 무책임하고 고집센 아이로만 몰아갔을 겁니다. 

스스로 해결하게 만드는 질문, "어떻게하면좋을까??"

자기주도성(Self-Directed Learning)은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하게 발달해야 할 능력입니다. (자기주도성이란 타인의 지시가 아닌 스스로의 판단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능력)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실수하면 곧바로 "이렇게 해야지", "다음부턴 이렇게 해"라고 정답을 제시합니다. 제 딸아이가 여드름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저는 피부과 예약을 잡아야 하나? 하고 고민했지만 아이가 스스로 찾아온 제품만 구매해줬고, 다른 개입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아이는 본인만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제가 먼저 나서서 해결했다면 아이는 문제 상황마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습관을 키웠을 겁니다. "앞으로 동생이 또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은 아이를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세웁니다.

이 질문의 핵심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책망하는 대신,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함께 고민하는 겁니다. 아이는 이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고, 다음번엔 더 나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면서 느낀 건, 부모도 처음이라는 사실입니다. 첫째 아이에게는 부모의 역할도 첫 시도이기에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수를 줄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이에게 던지는 단어 몇 개만 바꿔도 관계는 달라집니다. "힘들었구나", "이유가 있었을 거야",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세 가지 전문 용어는 저에게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저녁 자녀가 돌아오면 한 번 써보시길 권합니다. 말투 하나로 사춘기 자녀의 마음 문이 열리는 경험을 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