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엄마의 교육이야기

수학 싫어하는 아이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천천히 엄마 2026. 2. 26. 21:00

간혹 학원 상담시 학부모님들이 가장 먼저 꺼내시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수학만 보면 힘들어해요." 저는 이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아이의 표정을 먼저 살핍니다.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엄마 뒤에 숨어 있습니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10년 넘게 지도하면서 제가 깨달은 건, 이 아이들이 수학이 원래 싫은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 번쯤 수학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가 쌓여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수학 거부감의 진짜 원인은 "실패의 경험"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비슷한 패턴이 보입니다. 문제를 풀다가 막혔을 때 "그것도 모르냐"는 말을 들었거나, 이해하지 못한 채 진도가 계속 나갔거나, 틀린 문제에 대해 꾸중을 들었던 경험들입니다. 제가 학원에서 만난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처음 상담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수학이 싫어요. 집에서 엄마가 제가 문제 틀리면 학원에서 뭘 배우냐고 해요."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픕니다. 아이의 의지를 북돋아주기보다 핀잔을 주는 언어 환경에서 아이들은 점점 더 수학이라는 과목 자체를 회피하게 됩니다. 여기서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떠오릅니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반복적인 실패 경험으로 인해 스스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심리 상태를 의미합니다([출처: 한국교육학술정보원](https://www.keris.or.kr)).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이런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이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문제라는 확신이 듭니다. 실제로 학원에서 간단한 연산조차 힘들어하던 학생이 몇 달 뒤 자신 있게 문제를 푸는 모습을 수없이 봤습니다. 그 차이를 만든 건 결국 작은 성공 경험들의 축적이었습니다.

개념 연결이 안 되면 수학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수학은 나선형 학습(spiral learning) 구조를 가진 과목입니다. 나선형 학습이란 이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높여가며 같은 개념을 반복 학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초등학교 3학년 때 배운 분수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으면, 5학년 때 배우는 분수의 나눗셈에서 반드시 걸려 넘어집니다. 한 단계에서 빈 구멍이 생기면 다음 단계를 배울 때 계속 어려움을 겪게 되는 구조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바로 이 '개념 연결'입니다. 아이들이 문제를 어려워할 때 저는 바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대신 질문을 던집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어떤 개념이 필요할까?"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 중에 비슷한 게 있었지?" 이렇게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개념들을 하나씩 끄집어내고, 그 개념들을 연결시켜 주면 아이들은 "아하!"라고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분수의 곱셈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저는 이렇게 접근합니다.

- 먼저 자연수의 곱셈 개념을 확인합니다 (예: 3 × 4 = 12)
- 분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전체를 나눈 것 중 일부)
- 두 개념을 연결해서 분수의 곱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시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아이들은 단순히 공식을 외우는 게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게 됩니다. 교육부가 강조하는 '수학적 사고력(mathematical thinking)' 신장도 결국 이런 개념 연결에서 시작됩니다([출처: 교육부](https://www.moe.go.kr)).

자신감 회복이 수학 실력 향상의 시작입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이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수학 실력을 키우는 것보다 더 우선입니다. 아무리 좋은 문제집을 주고 진도를 나가도, 아이가 "나는 못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아. 선생님이 도와줄 테니까 같이 해보자." 그리고 아이가 풀 수 있는 쉬운 문제부터 시작합니다. 학년보다 한두 단계 낮은 수준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풀어냈다는 경험입니다.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있었습니다. 첫 상담 때 이 학생은 분수 계산조차 버거워했습니다. 저는 3학년 수준의 기본 분수 문제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쉬운 거 왜 하냐"며 시큰둥했지만, 문제를 하나하나 맞히면서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2주 후에는 스스로 "다음 문제 풀어도 돼요?"라고 물었습니다.

이런 작은 성공 경험들이 쌓이면 아이 스스로 가장 먼저 느낍니다. "어? 나도 할 수 있네." 이 감각이 생기면 그 다음부터는 속도가 붙습니다. 성공 경험이 자신감을 만들고, 자신감이 다시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게 만드는 선순환이 시작됩니다.

저는 기본-응용-심화를 단계에 맞게 2~3회독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한 번 푼 문제라도 다시 풀면서 개념이 확실히 잡히고, 그 과정에서 "이번엔 더 빨리 풀었다" "이번엔 안 틀렸다"는 성취감을 느낍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점차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내려놓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든 아이가 금방 변하지는 않습니다. 변화가 더딘 아이도 있고, 때로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포기하지 않고 작은 성공을 쌓아가면 반드시 변화가 찾아옵니다. 수학을 싫어하던 아이가 "선생님, 이 문제 제가 풀었어요!"라고 자랑할 때, 그 순간이 바로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