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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교육이야기

문해력 저하 (독서교육, 한자학습, 디지털환경)

by 천천히 엄마 2026. 3. 12.

저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정말 당황스러운 순간이 많습니다. 수학 문제 하나 풀려고 하면 "선생님, 이게 무슨 말이에요?"라는 질문이 쏟아지는데요. 문제를 읽어보면 그리 어려운 문장도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세 줄만 넘어가도 읽기를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대가 2025년부터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글쓰기 시험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초중고 12년 동안 배워야 할 문해력의 기초를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니, 이건 우리 교육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만든 피상적 사고의 확산

문해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으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꼽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이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유튜브 숏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짧은 영상 콘텐츠가 아이들의 주요 정보 습득 수단이 되면서 깊이 있게 읽고 생각하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말하는데, 디지털 세대는 이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한 문장에 집중하기보다는 화면을 넘기고, 알림을 확인하고, 다른 앱으로 이동하는 행동이 반복되면서 텍스트 하나를 끝까지 읽어내는 집중력이 사라진 것입니다(출처: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실제로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보면 짧은 영상에는 몰입하지만, A4 한 장 분량의 지문만 나와도 "너무 길어요"라며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비판적 사고나 창의적 사고의 기반이 될 수 없습니다. 독서량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문제입니다. 스마트폰과 게임에 쏟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책을 읽을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활용 방식이 문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도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하다는 주장인데요. 제 경험상으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교육용 앱이나 전자책을 주면 결국 유튜브나 게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한자교육 부재가 낳은 어휘력 공백

문해력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한자교육입니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데요. 우리말 어휘의 상당수가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한자를 거의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응백 서울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백과사전의 70%가 한자 어휘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출처: 한국한자교육연구회). 여기서 한자 어휘력이란 단순히 한자를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라, 단어의 어원과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여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복잡한 개념이나 전문 용어를 접했을 때 의미를 유추할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학원에서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비례", "반비례", "상관관계" 같은 용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런 단어들은 모두 한자어인데, 한자의 뜻을 알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 단어들을 그냥 외워야 하는 낯선 기호처럼 받아들입니다.

법학, 의학, 철학, 인문학 같은 분야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전문 서적이나 논문을 읽을 때 한자 어휘를 모르면 내용 전체를 오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자는 옛날 것이니 배울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저는 실용적인 측면에서라도 기초적인 한자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독서와 글쓰기 교육의 실종

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그런데 학교와 가정 모두에서 이 부분이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저희 어렸을 때만 해도 독후감 쓰기, 일기 쓰기, 글짓기 대회가 일상이었습니다. 거의 매일 일기를 숙제로 써야 했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독서는 선택 사항이 되어버렸고, 글쓰기 과목은 교육과정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메리언 울프(Maryanne Wolf)는 "깊은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는 과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출처: Reading in the Brain 연구). 여기서 깊은 독서(deep reading)란 텍스트를 천천히 읽으며 의미를 곱씹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며,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는 읽기 방식을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독서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이들은 독서 자체를 부담으로 여기고, 읽더라도 줄거리만 빠르게 훑고 넘어갑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의 교육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사고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완성된다"고 말했는데, 글쓰기 교육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사고력과 표현력이 함께 퇴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문해력 문제는 학원을 다닌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문해력이라는 제목을 단 문제집을 여러 권 푼다고 문해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문해력은 책을 읽고, 그 속에서 중심 문장을 찾고, 전체 맥락을 이해하며,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능력입니다. 다양한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보고,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쌓여야 문해력도 따라서 좋아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독일과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국가 차원의 독서 및 문해력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단순히 "책을 읽어라"는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독서 시간 확보와 글쓰기 교육 강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기초를 대학에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우스운지, 슬픈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당장 변화가 시작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참고: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50236&utm_source=chatgp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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