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맞히는 학생이 좋은 학생일까요, 아니면 질문을 잘하는 학생이 좋은 학생일까요?" 수학 수업을 하다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점점 명확해집니다. 챗GPT가 2년 만에 8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시대, 정답은 이제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줍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최근 개최한 'AI 전환 시대 국가교육 비전 포럼'에서도 바로 이 지점이 핵심으로 논의되었습니다. 정답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죠.
정답보다 질문,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박태웅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 분과장은 포럼에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AI를 활용해 훨씬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출처: 국가교육위원회). 여기서 AX란 'AI Transformation'의 약자로, 인공지능을 통한 사회 시스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인터넷이 8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13년이 걸렸지만, 챗GPT는 약 2년 만에 같은 규모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수학을 가르치다 보니 정반대 상황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제가 던지는 질문에는 잘 대답합니다. "이 식을 정리하면?", "x값은 얼마야?" 같은 정답을 유추하기 위한 질문들이죠. 문제는 역으로 "네가 선생님한테 이 개념을 설명해봐"라고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말문이 막힌다는 겁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박 분과장은 한국 교육이 여전히 정답을 찾는 방식에 치우쳐 있고, 경청과 논리적 토론 교육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경청이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그에 기반해 다시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실제로 제 수업에서도 아이들이 본인의 풀이 과정을 설명할 때 어떤 언어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 어려워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선행학습 중심 교육 구조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뇌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선행학습이 확대되는 반면 체육활동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겁니다. 김현철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교육TF 분과장은 "교육체계를 한 번 바꾸면 오랜 기간 유지하는 방식으로는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모듈형 교육과정 구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듈형 교육과정이란 고정된 커리큘럼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교육 내용을 조합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유연한 방식을 뜻합니다.
현재 한국 교육의 핵심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답 중심의 일방향 교육으로 질문 능력 부족
- 경청과 논리적 토론 교육의 부재로 집단지성 약화
- 선행학습 확대와 체육활동 부족으로 발달 단계 불균형
- 입시 중심 구조로 인한 대학과 초·중등 교육의 연결 고리 왜곡
수학 수업에서 찾은 작은 변화
그래서 저는 아이들과 수업할 때 의도적으로 질문 구조를 바꿔봤습니다. "이 문제 답이 뭐야?"가 아니라 "네가 이 개념을 친구한테 설명한다면 어떻게 설명할래?"라고 묻는 거죠. 처음엔 대부분 당황합니다. 답을 말하는 건 익숙한데, 설명하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니까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렇게 토론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면 아이들의 생각이 확장되는 게 눈에 보입니다. "왜 이 개념은 이렇게 설명했을까?"라고 역으로 질문하게 하면, 공식을 달달 외우는 게 아니라 그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든요. 한 학생은 "선생님, 제가 설명하려니까 제가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라고 말하더군요. 바로 이겁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라는 개념인데, 쉽게 말해 자기가 뭘 아는지, 뭘 모르는지 스스로 아는 능력입니다.
포럼에서도 개별화 교육의 가능성이 언급되었습니다. AI를 활용하면 학생마다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성격 유형 같은 단순한 기준으로 학생을 구분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개별화는 좋지만, 그게 아이들을 틀에 가두는 방식이 되어선 안 되니까요.
박 분과장은 또 "풍부한 교양이 없다면 AI가 제시한 답을 이해하기 어렵고, 결국 후속 질문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여기서 교양이란 단순한 상식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연결되어 있는 통합적 사고 능력을 의미합니다. 수학만 잘한다고 AI 시대에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입시 제도 개편의 필요성도 제기되었습니다. "대학이 입시에서 무엇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이 달라진다"는 지적이 나왔고, 한국 교육의 약한 고리는 입시가 아니라 대학 교육 자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늘 입시 제도만 바뀌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AI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 창의력의 기반은 결국 폭넓은 지식입니다. 아는 게 없으면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도 없으니까요. 입시 중심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입시를 준비해야 하지만, 그 속에서도 질문하고 토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공교육과 가정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수업 방식만 조금 바꿔도 아이들은 달라집니다.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왜 이 답이 나왔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이번 포럼에서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한다고 하니, 정책적으로도 AI 시대에 맞는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AI를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질문과 창의력을 잃지 않는 교육, 그게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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