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학년 별 공부 시간은 얼마가 적당할까요?
"우리 아이 하루에 몇 시간 공부시켜야 할까요?" 학부모님들께서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인데요, 정작 저는 이렇게 되묻곤 합니다. "그 시간이 정말 온전히 공부한 시간인가요?" 1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깨달은 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과 실제로 뇌를 쓰는 시간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학년 곱하기 20분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는데, 이건 순수하게 집중해서 공부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학년별 집중력과 실제 학습 가능 시간
초등 1-2학년 친구들을 보면 스스로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20분을 넘기기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수업시간에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간을 주면, 20분 남짓 지난 시점부터 "선생님 화장실 가도 돼요?" "물 마시고 와도 돼요?" 같은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여기서 주의집중시간(attention span)이란 한 가지 과제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딴 생각 없이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하는 시간이죠.
그래서 저는 초등 1-2학년들의 단체 수업에서는 약 20분가량 스스로 문제를 푸는 시간을 줍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만큼 스스로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집중하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지고,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찾아가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제 경험상 여자 친구들은 대체로 초등 4학년쯤 되면 자가학습이 조금씩 가능해지고, 남자 친구들은 5학년이 되어야 자가학습이 가능해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10년 이상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지켜본 결과 보통 이 시기에 평균적으로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이란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세우고 계획하며 실행까지 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래서 초등 3학년부터는 집에서 따로 공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봅니다.
3학년은 하루 60분 정도, 4학년은 80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교과 내용도 3학년부터는 확실히 어려워지고 매일 복습하는 게 중요해지거든요. 특히 5-6학년 친구들의 학습을 도와줄 때 선생님 입장에서는 가장 수월하다고 느낍니다. 이미 학습 루틴이 잡혀 있고, 본인이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인지 과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으로, "내가 이 부분을 이해했는지 안 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평균 집중 시간은 학년당 약 10~15분 정도씩 증가한다고 합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https://www.kedi.re.kr)). 이러한 데이터를 볼 때, 학년 곱하기 20분이라는 공식이 무리한 기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학원 공부시간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여기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공부 시간에 포함되는 걸까요? 일반적으로는 학원 시간을 제외하고 집에서 스스로 공부한 시간만 카운트하라고 말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보통의 학원은 강의식 수업이 많다보니 학원에 있는 시간을 순수한 공부 시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강사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건 수동적 학습(passive learning)에 가깝거든요. 수동적 학습이란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학습 방식을 말하는데, 이는 능동적으로 문제를 풀거나 개념을 정리하는 것보다 학습 효과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요즘은 학원에서도 스스로 계획하고 공부하는 개별수업 시간이 많이 주어집니다. 제가 직접 운영하는 학원에서도 전체 수업 시간의 60% 이상을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고 오답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배정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학원에서의 공부 시간도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에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아무런 도움 없이 스스로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문제집을 펼쳐놓고 연습문제를 풀면서 스스로 사고하는 시간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학원을 병행할 때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어도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5학년 아이가 하루 100분을 공부해야 한다면, 학원에서 개별학습으로 60분을 채웠다면 집에서는 40분만 더 채워도 괜찮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 붙는다고 봅니다. 학원에서 공부한 내용을 집에 와서 다시 한 번 복습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원에서 푼 문제를 다시 보지 않으면 결국 그건 일회성 학습으로 끝나버리거든요.
실제로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forgetting curve) 이론에 따르면, 학습 후 24시간 이내에 복습하지 않으면 학습 내용의 70% 이상을 잊어버린다고 합니다([출처: 서울대학교 학습전략연구소](https://cssn.snu.ac.kr)).
(망각곡선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는지 보여주는 그래프로, 복습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이론)
그래서 제가 학부모님들께 늘 강조하는 건, 학원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집에서 정리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학원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서 집에서 복습할 시간조차 없다면, 차라리 학원 개수를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학원을 2개 줄이고 나서 오히려 성적이 오른 아이들을 여러 명 봤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 학원 시간 중 실제로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푸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세요
- 그 시간을 학습 시간에 포함하되, 반드시 집에서 복습 시간을 추가로 확보하세요
- 학원 개수보다 복습의 질이 훨씬 중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아이가 실제로 뇌를 쓰며 사고하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느냐입니다. 학원에 다니든 집에서 공부하든, 그 본질만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원칙을 지킨 아이들은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꾸준하게 공부하는 습관을 유지하더라고요. 초등 고학년 때 조금이라도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가져야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버틸 수 있습니다. 중학교에서는 본격적으로 사춘기가 오고 계속되는 수행평가 때문에 아이들이 멘붕을 겪게 되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학년에 맞춰 꾸준하게 공부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의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학원과 집 공부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